지난해 말, 고소득 가구의 소득은 눈에 띄게 증가했지만 소비는 기대만큼 따라오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이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소비도 확대될 것이라는 일반적인 흐름과는 다른 모습이다. 그 결과, 소득 대비 소비 비중을 뜻하는 ‘평균소비성향’이 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소득 상위 20% 가구의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은 약 936만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5% 증가한 수치로, 전체 소득 구간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특히 대기업 상여금 등 영향으로 근로소득이 크게 늘어나면서 전체 소득 증가를 이끌었다.
하지만 소비 지출은 상대적으로 완만하게 증가했다. 같은 기간 월평균 소비지출은 약 511만 원으로 4.3% 늘어나는 데 그쳤다. 소득 증가율을 밑도는 수준이다. 이로 인해 처분가능소득 가운데 실제 소비에 사용된 비율, 즉 평균소비성향은 54.6%까지 낮아졌다. 이는 최근 4년 사이 가장 낮은 수치다. 쉽게 말해 100만 원을 벌면 약 54만 원만 소비에 쓰고, 나머지는 남겨두는 셈이다.
소비로 이어지지 않은 금액은 흑자액으로 쌓였다.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을 제외한 금액은 약 425만 원으로, 전년 대비 5.9% 증가했다. 소득이 늘어난 만큼 저축이나 투자 여력이 확대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의 배경으로 ‘소득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인식을 꼽는다. 상여금과 같은 일시적 소득이 증가할 경우 가계는 이를 장기적인 소득 상승으로 보기보다는 일회성 요인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그 결과 소비를 급격히 늘리기보다는 저축이나 금융 투자 등 미래 대비에 무게를 둔다는 분석이다.
또한 경기 불확실성과 물가 부담, 자산시장 변동성 등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고소득층조차 소비 확대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소비 심리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추가 지출을 늘리기보다는 재무 안정성을 우선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핵심은 소득이 5% 늘어나는 동안 소비는 4.3% 증가에 그쳤고, 평균소비성향이 54.6%로 4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는 점이다. 고소득층의 지갑이 쉽게 열리지 않으면서, 소득 증가가 곧바로 내수 활성화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가 나타나고 있다. 이는 향후 경기 흐름을 판단하는 데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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